대학교 3학년 때 쯤, 시드니 모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처음 봤던 것같다. 마침 학교 프로젝트로 미술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미술관, 박물관 자료들을 보던중 그 당시 항상 미술관 하면 공부했던 SANNA의 가나자와 미술관을 보다가 우연히 봤던 프로젝트 였다. 개인적으로는 SANNA나 Snohetta가 만드는 문화시설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경관적 측면에서 Landscape Design의 특징을 보이는 건축물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이 때 국제현상 공모를 통해서 SANNA가 당선이 되었는데, 경쟁자들도 너무 좋은 계획들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공모결과가 납득이 안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같다. 치퍼필드나 헤르조그, 겐고쿠마 같은 대가들도 많이 참여를 했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공모 때 참여했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https://www.artgallery.nsw.gov.au/sydney-modern-project/about-the-project/architecture-and-design/design-competition/#stage-two-shortlisted-architects
저 계획안이 당선됬을 때, 마치 종잇장을 대충 덮어놓은 듯한 허술함이 그 당시에는 느껴졌는데 저런 배치의 이유를 지금은 합리적이라고 느낀다. 기존의 있던 건물 리모델링과 분할된 두 필지의 연계, 그리고 주변과의 조화 마지막으로 결국 이 미술관이 가져야하는 정체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였던 것 같다. 최근에 나온 C3 잡지를 보면서, 이 미술관이 준공 됬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 찾아보게되었다.
이 미술관의 풀네임은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 웨일스 라고 한다. 2022년 12월 초에 오픈을 했고, 기존의 계획안과 동일한 개념으로 땅의 형태에 따라 그에 맞는 방향으로 배치된 파빌리온과 직사각형 지붕이 엮여 어우러진다. 부지 주변으로는 기존 호주의 원주민 지역과, 시드니의 번화가 그리고 식물원 사이에 지어졌다.
이 미술관은 기존의 건물과 함께 지어진 건물로서, 단면적으로는 3단계의 레벨과 함께 마지막으로는 부두와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건물간의 동선안에서는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정원으로 활용 되고 있다고 한다.
증축 후 미술관 전체 면적은 전시 공간을 포함해 약 기존의 2배로 늘어났고, 진입부에서 보여지는 유리 캐노피 108장의 곡선 유리로 이루어진 '환영의 광장' 캐노피를 통해 새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잔물결 같은 캐노피의 형태가 인근 부두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연상케 한다. 표면을 세라믹 재질로 세공한 캐노피를 통해 투과된 빛이 해의 움직임을 따라 바닥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전체 건물의 파사드에는 유리가 사용됐으며, 전시용 파빌리온 파사드에는 5 만개의 석회석 조각을 수작업으로 잘라 붙였다. 전시 파빌리온 내부에는 총 8개의 새로운 전시 공간이 있다. 그 중 첫 번째, 유리 벽 너머로 옛 건물을 마주하고 창문을 통해 부두를 바라보는 1층 전시장은 목재로 바닥을 마감하고, 호주 토착민인 애보리진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의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두 번째 전시장에는 주요 미술작품이, 기둥이 없는 세 번째 전시장에는 현대미술작품이 마련돼 있는데, 두 공간 모두 천장 높이가 5.5m에 이른다. 높이 5m의 네 번째 전시장은 특별전과 뉴미디어를 위한 공간으로, 대중 프로그램과 공연, 강연에 쓰이는 다목적 공간과 미디어랩, 어린이 방문객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학습 스튜디오가 자리한다. 다섯,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조각품 전시장과 아치형 아트리움은 11m 높이의 더블하이트 구조에,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최하층과 연결된다. 그 아래로는 '크'라 불리는 일곱 번째 전시장이 있는데, 2차 대전 당시 해군이 사용했던 지하 연료 랭크 두 개를 사나가 재활용해 만든 공간이다. 7m 높이에 125개의 기둥, 인상적인 음향 효과가 특징으로, 전시와 공연에 사용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전시장은 대중에 열려있는 '아트 테라스' 지붕과 중정있다.
여덟 번째 전시장은 7개의 다양한 직사각형 지붕과 캐노피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에는 '환영의 광장' 유리 캐노피, 건물 소요전력량의 10% 이상을 생산하는 입구 파빌리온 태양열 패널 지붕, 지붕에서 솟아오른 두 개의 작은 캐노피가 포함된다. 건물 안팎을 들고 나는 동선은 주변 지형과 환경을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돼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250m 길이의 드라마틱한 곡선 흙벽이 실내의 두 층을 가로지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역에서 채취한 모래를 다져 단단한 벽의 구조를 만드는 한편, 부지의 기존 지형을 연상시키는 느낌 또한 연출했다. 옛 건물에 쓰인 사암 재질 파사드와도 유사점을 지니는 장치다. 이처럼 높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한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은 호주 녹색건축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인증한 6스타 건물에 선정됨으로써 전 세계 미술관 건축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C3발췌]
건물도입의 유리 캐노피와 파사드는 참 건축가들이 많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인 것 같다. 포르투에 있는 Casa da musica, 벨기에의 Mas Museum, 독일의 Elbe Philharmonic Hall 등이 있는 것같다.
물론 최근에 SANNA 가 리모델링한 파리의 사마리텐 백화점의 파사드도 있지만, 사실 시드니 미술관처럼 물결 형태의 유리가 캐노피로 사용 되면서, 그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를 알아보기가 힘들다. 다른 파빌리온 형태의 직사각형 매스들은 명확히 인지할 수 있지만 입구의 경우 그 형태가 흐릿해진다. 다양한 곡률의 유리 캐노피를 통과한 빛이 만들어낸 불규칙한 줄무늬가 바닥의 경사와 재료를 한눈에 인식할 수 없게 한다. 이렇듯 자칫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캐노피는 많은 부분이 유리로 이루어진 미술관 건물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독특하고 모호한 형태로 산책하는 이들을 끌어당긴다. 물론 형태, 건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방법론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SANNA의 비트라캠퍼스나 이탈리아에 보코니 대학교도 같은 의도로 파사드를 디자인 했다.
갤러리로 들어가면 수직으로 관통하는 아트리움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 공간의 매스뿐만 아니라 계단, 엘리베이터, 가구, 기프트숍은 그 존재를 분명히 드러낸다. 세지마의 사이순칸 세이야쿠 여성 기숙사 (1991)의 아트리움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아트리움 외 공간까지 함께 보면 두 건물의 유형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80년대 말 세지마가 설계한 곡면 캐노피, 혹은 분절된 캐노피 하부에 다양한 가구와 공간을 교차하여 배치했던 플랫폼 시리즈와 유사하다. 캐노피의 단면이 노출되어 구조와 두께를 인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캐노피 위를 야외 데크 삼아 거니는 관람객을 실내에서 볼 수 있게 설계되어 그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드니 미술관의 평면과 단면은 사실 다른 현상 공모에서도 본적이 있다. 사나의 타이중시티 문화센터 공모 였는데, 그 당시에도 매스의 중첩을 통해서 계획안이 나왔었다. 평면과 단면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시드니 미술관의 명확한 차이점은 매스가 아니라 지붕과 데크 둘다 겹쳐 있는 파빌리온의 중첩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시드니 미술관같은 구성과 유사한 것은 그 시기에 공모로 나왔던 부다페스트의 미술관과 더 흡사하다. 물론 지형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만 건물 전체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밖으로 시야가 열린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전시 공간과 데크를 중첩하여 배치하는 아이디어는 두 프로젝트의 공통된 핵심이다.
기름 저장고를 개축한 테이트 모던의 지하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어 있다면, 시드니 미술관 최하층에 있는 크는 하나의 대공간이다. 크기 외에도 기둥 행렬과 자연광의 부재가 전시 공간의 일반적인 특징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점을 갖는다. 공간을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개축된 전시 공간 중 기둥이 많은 '팔레 드 도쿄'의 저층부조차 크에 비하면 기둥이 없는 공간에 가깝다. '디아 비컨 미술관' 지하 1층도 촘촘하고 규칙적으로 기둥이 배치돼 있음에도 자연광이 공간을 낮아 보이게 만든다. 물론 기둥과 어두움은 전시 기획의 방해 요소일 수 있다. 그러나 가늘고 긴 비례가 전시 공간의 일반적인 비례가 아니었을지언정 터빈 홀에 방향성을 부여했고, 그 방향성은 공간의 크기와 함께 올라퍼 엘리아슨과 아니시 카푸어 작품 전시가 성공한 근간이 되었다. 이를 주지할 때 사나가 보존한 기둥 행렬과 어두움, 통상적인 갤러리에서 부재하는 두 요소가 전시에 가져올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Project : Sydney Modern Project, 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
Location : New South Wales, Sydney, Australia
Architects : Kazuyo Sejima, Ryue Nishizawa
Executive architect : Architectus / Builder: Richard Crookes Constructions
Delivery authority : Infrastructure SW / Structural engineer: Arup
Landscape architects : McGregor Coxall and Gustafson Guthrie Nichol (GGN)
Gross floor area : art gallery 40,000㎡(new and original building), exhibition space 16,000㎡(new and original building)
Cost : AUD 344 million / Construction: 2019~2022 / Completio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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